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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Movie

[영화감상] 플립 ( Flipped ), 2010

by hanstar17 2012. 7. 25.

   일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은 평범한 사람을, 어떤 사람은 광택나는 사람을, 어떤 사람은 빛이 나는 사람을 만난다.그리고 삶에 있어 한 번쯤은 무지개처럼 빛나는 사람을 만난다. 브라이스가 만난, 체트 할아버지가 말한 이 무지개처럼 빛나는 사람이, 이사온 집 건너 집 소녀 줄리다. 



   무지개처럼 빛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무지개는 아름답다. 그리고 따듯하다. 그것은 빛을 비추는 그대로 받아 빛 그 자체가 된다. 그 것은 빛은 아니지만 빛을 받아들일 정도로 깨끗하고 순수하여서, 빛을 그대로 받음으로써 그 빛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 것은 그 빛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느끼게 한다. 우리 눈 앞에 비추어 낸다. 무지개처럼 빛나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다. 따듯하고, 아름답고, 순수하고, 곧은 사람. 삶과 자연과 인간과 교감하는 사람. 그리고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그것들의 아름다움을 거침없이 비추어내는 사람. 하지만, 그런 사람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다. 바로 앞에 있어도 편견을 내려놓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브라이스가 줄리의 빛살을 느끼는 데 수 년이 걸렸듯이 말이다. 




   타인의 시선은 강력하다. 그것은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부정하게 하는 힘을 지녔다. 브라이스도 그런 힘에 휘둘리는 나약한 소년이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이 좋다고 쫓아다닐 때 같은 반 친구들이 그녀를 이상하게 보는 시선을 의식해 그녀에 대한 마음을 부정했다. 그녀와 가까이 하면 자신도 이상한 사람으로 쳐다볼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 것에 대한 표현은 무화과 나무 사건, 그리고 계란 버리기 사건에서 극에 달한다. 그녀가 위험 천만한 무화과 나무 꼭대기 위에서, 울고불고 브라이스에게 같이 올라와서 이 나무를 자르려는 사람들을 막아달라고 부탁했을 때, 브라이스는 자신의 마음이 그러길 원하고 또 옳다고 외치는 것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힘겹게 통학버스에 올라탄다. 줄리가 정원에서 키운 닭들이 낳은 달걀들을 매일 매일 정성껏 배달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하고 엮이는 것 자체를 두려워 하며 모두 쓰레기통에 버려 버린다. 이 씬들을 보며 난 너무나 안타깝고 화가 나서 브라이스를 욕하고 싶을 정도였다. 




   성장하는 사람은 타인의 시선을 이겨내고 자아를 확립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부정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만이 자신의 생각을 성찰하고 발전시킬 수 있으며, 그것을 입 밖으로 낼 수 있고, 또 행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낸다. 그러면서 그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줄리처럼. 다행인 것은 브라이스도 점차 그 것을 이겨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서서히 줄리에 대한 마음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부정하는 것을 멈추었다. 심지어 나중에는 타인의 시선에 대해서, 그리고 그 것의 무언의 강요에 대해서 저항할 수 있었다.( 자신의 진짜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다. ) 이 것은 엄청난 발전이라 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브라이스가 줄리의 정원에 무화과 나무를 심으며 자신의 반자아적인 행동으로 상처입은 그녀에게 당당히 자신의 마음을 사과하고 고백하는 순간, 그녀의 상처는 치유되고, 둘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무화과 나무 아래에 뜬 두 개의 무지개. 이 무화과 나무도 언젠가 댕강 잘려 나갈지 모른다. 하지만 함께 심어진 그들의 마음 속의 무화과 나무, 그리고 그 아래에 뜬 이 두 개 무지개는, 그들의 한 평생과 더불어 나의 마음에도 아주 오랫동안 머무를 것만 같다. 





   영화 플립. 재미는… 말 할 것도 없다. 정말 따듯한 영화다. 그리고 참 아름다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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