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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Random

계란, 그 생명의 가능성에 대하여

by hanstar17 2012. 1. 13.

일을 재빨리 마치고 집에서 인터넷을 깨작 거리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시계를 보니 9시. 저녁도 안먹었는데… 미니 전기 밥통의 버튼을 툭 튕겨 밥이 있나 보았지만 세 술갈도 없었습니다. 이럴 때면 항상 찾게 되는 편리한 친구가 있지요. 바로 라면입니다. 군침을 입에 물고 제빨리 가스렌지에 물을 올렸습니다.

당신도 그런가요? 저의 라면에는 계란이 빠지지 않습니다. 스프를 탈탈 털고 면을 넣은 후 계란을 판에서 조심스럽게 꺼냅니다. 탁 쳐서 금을 낸 후 라면 위로 투척합니다. 보글보글 라면 속으로 풍덩 들어갑니다.

계란은 모양이 어쩜 그렇게 이쁜 타원인지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이쁘냐면 얼굴형 중에서도 최고가 계란형입니다. 건강에도 좋습니다. 몇년 전만 해도 계란을 우유와 함께 완전식품이라고도 했습니다. 노른자에는 좋은 콜레스테롤이, 흰자에는 단백질이 풍부합니다.

이런 계란을 암탉이 낳는 과정을 상상해보면 참 신기한 것 투성입니다. 기회가 되면 꼭 보고싶습니다. 그 단단한 껍질이 엄마의 배 어느 공간에서 생겨나는지, 또 인간이 볼 때 상대적으로 약한 그 껍질이 부서지지 않고 세상으로 나오는지. 또 다른 생명체로써 궁금한 것도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궁금한 것은 언제부터 계란은 병아리처럼 의지를 가지고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입니다.

이 계란을 운반할 때에는 누구든 조심합니다. 어디에 살짝만 부딪혀도 깨어지기 때문입니다. 겉보기엔 그냥 타원이지만 그 안에 소중한 생명이 잠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게 조심하게 되는 이유지요.

계란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가장 소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 생명의 가능성 입니다. 어느 날 계란 하나가 처참하게 깨어진 광경을 보았는데, 이미 깨어지기 전부터 죽어있었음을 알면서도 마음이 다소 불쾌했습니다. 0.000001%이든 99.9%이든 그 생명의 가능성이 사라진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계란은 가장 소중한 가능성, 즉 생명의 가능성입니다. 교회에서 부활절에 계란을 주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것은 탄생을, 부활을, 잠재적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난 계란이 좋습니다. 보면 작게나마 두근두근 설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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